유한킴벌리, 화장지사업부 매각 결단의 배경
국내 화장지 시장 1위 브랜드 ‘크리넥스’를 보유한 유한킴벌리가 대규모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자산 처분을 넘어 국내 생필품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메가딜’로 평가된다. 대주주인 미국 킴벌리클라크는 최근 글로벌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며 북미를 제외한 일부 지역의 화장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세계 최대 펄프 생산기업인 수자노(Suzano)에 사업부를 매각한 전례가 있다. 이번 한국 철수 검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 입장에서는 핵심 브랜드이자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었던 화장지 사업부를 포기하는 셈이지만, 글로벌 본사의 전략 변화에 발맞출 수밖에 없었다. 현재 김천에 위치한 대규모 생산공장을 비롯해 사업 전반에 대한 투자설명서 배포, 실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는 잠재 인수자들이 구체적인 재무·생산 능력·브랜드 가치 등을 검토하는 단계로, 매각의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매물 규모와 핵심 조건, 그리고 인수 후보군
매각 대상에는 연간 3만 6천 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김천공장이 포함되며, 추정 인수가는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가격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있다. ‘크리넥스’, ‘스카트’, ‘뽀삐’ 등 강력한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향후에도 킴벌리클라크에 연간 400억 원 이상 규모의 기술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유한킴벌리의 경우 2024년 기준 420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는 인수자 입장에서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감수할 만한 조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인수 후보군은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시장 지배력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으려는 목적이 크다. 둘째는 전략적 투자자(SI)들로, 기존 생활용품·제지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PEF와 SI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매각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크리넥스의 시장 지위와 사업 매력도
크리넥스는 국내 화장지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를 깨끗한나라(15%), 모나리자(10%) 등이 추격하는 구도다. 업계 1위를 한 번에 인수할 기회는 흔치 않기에 경쟁사들에게는 매력적인 ‘한 방’이 될 수 있다.
또한 해당 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률(EBITDA)은 최근 3년간 17%를 상회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입증했다. 화장지는 경기 변동에 따른 수요 위축이 거의 없는 필수 소비재이기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도 꾸준한 매출과 이익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장기적 투자 가치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PEF 입장에서는 볼트온 전략(동종·유사 사업 추가 인수 후 통합)을 통해 가치 상승과 투자금 회수(Exit)를 노릴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다.
향후 전망과 국내 시장 재편 시나리오
크리넥스 매각은 단순한 기업 거래를 넘어 국내 생활용품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경쟁사가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확대되며 가격·유통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PEF가 인수하면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브랜드 사용권 계약 조건, 기술사용료 부담, 글로벌 본사와의 협상 결과 등이 최종 거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안에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새로운 주인이 결정되는 순간 국내 화장지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리하자면, 크리넥스 화장지사업부 매각은 3000억 원이 넘는 대형 거래이자 국내 필수 소비재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실사와 인수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향후 몇 달간 관련 뉴스는 투자자와 업계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그리고 크리넥스 브랜드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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