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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경제 정책

토지 보상·분양권, 말만 무성? 수도권 주택공급 지연의 진짜 이유

대토 보상, 취지와 기대감

토지 보상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도로나 주택지 개발 등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지급하는 대가를 말합니다. 그동안은 현금 보상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정부는 현금 대신 다른 토지나 아파트 분양권으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현금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는 것을 막아 부동산 가격 급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둘째, 토지 소유주에게 현금 외에도 토지나 분양권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해 맞춤형 보상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분양권 보상은 토지주 입장에서 장기적인 자산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토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불안을 줄이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은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안 표류, 제도는 ‘그림의 떡’

문제는 대토 보상 제도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라는 점입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분양권 형태로 대토 보상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여기에 감정평가 방식에 대한 불만도 큽니다. 토지 보상액이 시세보다 낮게 산정되는 경우가 많아 토지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전체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토 보상 활성화 방안에는 ▲분양권 보상 허용 ▲다른 지역 미분양 아파트로 대토 보상 ▲전매 제한 완화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해 실질적인 효과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급 지연

3기 신도시의 경우 일부 지역은 토지 보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최근 지정된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9곳은 상황이 다릅니다. 김포, 평택, 용인 등 일부 지역은 이제 막 지구 지정과 보상 절차를 시작했으며, 토지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지구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곳이 6곳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현금 보상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보상금이 대규모로 풀리면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정부가 의도했던 공급 안정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 착공 일정이 밀리고, 이는 곧 입주 시기와 주택 공급 계획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제도 개선 없이는 지연 불가피

대토 보상과 분양권 제도 모두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실 적용은 어렵습니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안의 신속한 통과 ▲보상가 산정 방식 개선 ▲다양한 보상 수단의 유연한 적용이 필수입니다.


특히 분양권 보상은 토지주와 공급 주체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방식인 만큼,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주택 공급 지연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토지 보상’과 ‘분양권’이라는 키워드가 아무리 주목받더라도, 수도권 주택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것입니다.


토지 보상과 분양권 제도는 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이 표류하고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한, 수도권 주택 공급은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의도와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