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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가상자산 ETF 정말 도입해도 되는걸까? 시장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세금이나 규제 대신 가상자산 ETF를 허용하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전문가들은 “파생시장·수탁 인프라·시장 왜곡 해소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인정부터 거래·수탁 시스템, 그리고 ‘김치 프리미엄’ 같은 국내 시장 특유의 이슈까지 짚어 봐야 할 사안이 많습니다. 오늘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네 가지 조건을 4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법적 기초자산 인정: 제도 정비가 첫걸음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을 추종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ETF 기초자산으로 사용하려면 자본시장법에 ‘가상자산’을 명확히 포함시켜야 시장 혼란이나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법적 정의 부재의 문제: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는 가상자산을 증권이나 상품으로 분류하는 규정이 없어, ETF 운용사가 가상자산 현물을 매수·보유·관리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 해외 사례 참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상품 선물거래위원회(CFTC) 감독 상품으로 인정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가상자산을 자본시장법에 포함시켜 ETF 도입을 허용했습니다.
  • 기초지수 신뢰성 확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가상자산 지수를 산출해야 기초지수의 신뢰성이 담보된다”고 지적합니다. 해외 시세와 큰 괴리가 있는 상태에서 지수를 구성하면, ETF가 실제 시장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처럼 법제도 정비는 단순한 입법 논의를 넘어, ETF 출시에 앞서 ‘운용사·수탁사·투자자’ 모두가 공통으로 참조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입니다.

2.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가격 안정성과 유동성의 열쇠

가상자산 ETF가 단순 투기 상품이 아닌 ‘안정적 투자 수단’이 되려면, 기초자산인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급락하지 않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파생상품 시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요.

  • 차익거래 메커니즘: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격이 해외 시세보다 비싼 현상)은 파생시장 부재로 인해 쉽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해외에 가상자산 선물·옵션·스왑 시장이 활성화되면 기관투자자들이 차익거래에 참여해 국내외 가격 차이를 좁힙니다.
  • 리스크 헤지 기능: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지션을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 있어야, ETF 운용사도 대규모 매수·매도 과정에서 가격 급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시장 참여자 확대: 현재 국내 파생상품 거래량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 규모가 커져야 ETF 시장에도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어,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도 시장 가격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파생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투자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ETF를 둘러싼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는 핵심 축입니다.

3. 수탁(커스터디) 인프라와 도산절연 장치

ETF는 운용사가 기초자산을 매입·보유하고, 별도의 수탁사가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가상자산 ETF의 경우, 코인 지갑 관리·보안 해킹 방지·운용사 도산 시 자산 반환 등 복합 리스크가 존재하는데요.

  • 커스터디 법제화 필요성: 김갑래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신탁업자·수탁업자를 법적으로 지정·인증하는 제도가 미비하다”고 지적합니다. 해외에서는 은행·신탁사가 커스터디 역할을 수행하지만, 우리나라는 거래소가 자체 지갑을 운영하는 형태여서 법적 분리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 도산절연(파이어월) 장치: 운용사가 도산하더라도 투자자 자산이 보호되도록 ‘수탁사와 운용사 간 도산 절연 장치’를 설계해야 합니다. 자산운용사의 부실이 수탁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회계·보안 시스템을 분리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 보안·백업 체계: 가상자산은 디지털 키(KEY) 관리가 핵심입니다. 멀티시그(Multi-Sig)·콜드월렛·하드웨어 보안 모듈(HSM) 등 기술적 보안 장치를 도입해, 해킹·도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수탁 인프라와 도산절연 장치는 ‘ETF 운용사 도산 → 투자자 피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원천 차단하는 안전망 역할을 합니다.

4. 김치 프리미엄 해소와 시장 신뢰 회복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종종 해외 대비 높은 ‘김치 프리미엄’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현상은 외국 자금 유입을 방해하고, ETF 기초자산으로서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 시장 통합 지수 개발: 국내 주요 거래소(A·B·C 거래소)의 가격을 통합해 ‘공정한 가중 평균가 지수’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나의 거래소 가격에만 의존하면, 시세 조작이나 일시적 폭등락에 취약해집니다.
  • 차익거래 지원 제도: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 원활한 자금·자산 이동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해외에서 매도 후 국내에서 매수하는 과정이 복잡하면, 차익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 투명성·감시 강화: 지수 산출 기관과 거래소 간 정보 공유, 공시 체계 강화로 시장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운용사·규제 당국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김치 프리미엄은 단순한 가격 차이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ETF 도입 자체가 투자자 이탈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기초자산 인정’,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수탁 인프라 및 도산절연’, ‘김치 프리미엄 해소’라는 네 가지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어야만 시장 참가자 모두가 신뢰하는 안전한 투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