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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경제 정책

전세사기 배드뱅크, 금융사 반발과 제도 실효성까지 총정리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피해자 구제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금융권에서는 손실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수 가능한 채권’을 두고 벌어지는 할인 매각 논쟁은 정책 실행의 핵심 갈등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은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둘러싼 쟁점과 실무 현실, 제도적 리스크를 정리해본다.

 

‘회수 가능한 채권’ 할인 매각이 왜 문제인가?

정부가 구상 중인 배드뱅크는 단순히 채권 회수를 위한 정리기구가 아니다. 이 제도는 피해주택의 채권을 할인 매입하여 피해자를 대신해 주거권을 보장하고, 이후 경매 등 절차를 통해 회수하는 구조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피해주택이 담보 설정이 되어 있고 일정 수준 회수가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금융사 입장에서 보면, 이 채권들을 경매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큰 손실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 채권들을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넘기라고 요구한다면, 그 차액만큼 금융사는 실질적인 손해를 떠안게 된다. 이로 인해 은행 내부에선 “할인 매각은 배임 소지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즉,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실행할 때 법적·재정적 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금융사와 정부, 입장차는 왜 벌어질까?

정부는 피해자 구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국정기획위원회와 여당 주도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LH 등의 공공기관이 이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정책 시급성이 크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기관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산을 넘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산권 침해, 시장가격 왜곡, 공공기금 손실 전이 등 다양한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할인 매각 시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8월 4일 예정된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 캠코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얼마나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을지, 또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

 

배드뱅크의 진짜 효과는? 피해자 보호 vs 국민 부담

배드뱅크의 가장 큰 명분은 ‘피해자 주거 안정’이다. 특히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공공이 개입해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택 매입 후에도 공실, 매각 지연, 시세 하락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손실은 결국 공공 재정에서 메워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민 세금이나 기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 또한 피해자에게 당장 주거 안정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은 주겠지만, 제도 설계가 섬세하지 않으면 ‘공공이 떠안는 전세사기’가 될 수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집을 계속 살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이후 소유권 이전, 주거이동 제한, 정산 문제 등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회복과 제도 리스크 간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의 설계 방향, 지금 필요한 건?

이제 중요한 것은 배드뱅크 제도의 구체적 설계다. 단순히 “공공이 매입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어떻게 매입할 것인지, 손실은 누가 감당할 것인지, 피해자는 어떤 절차로 회복될 것인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소액임차인 기준 완화 및 보호범위 확대
  • 캠코 주도의 채권매입 및 매각 로드맵 구체화
  • 금융사 손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전 장치 마련
  • 피해주택 실거주자 보호 방안 강화

이외에도 주택시장 교란이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는 피해자를 구제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한 제도다. 하지만 실제로 작동하려면 정교한 설계와 이해당사자 간 조율이 필수다. 특히 ‘회수 가능한 채권’에 대한 할인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이슈가 아니다.


금융사의 자산권, 국민의 세금, 피해자의 삶이라는 세 개의 가치가 맞부딪치는 복합적인 정책 결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8월 4일 열릴 간담회를 기점으로, 구체적인 실행안과 재정 분담 방식이 나올 예정이니, 이 사안에 관심이 있다면 정책 발표 이후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의 손실도 아닌, 진짜 회복을 위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